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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색빛 테헤란로의 화사한 색점, 증권사에서 만난 배준성전

윤영조

독자투고(42)
윤영조 / 회사원,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강남의 겨울은 더 우울하다. 건물 사이로 쌩쌩 부는 바람과 움츠린 사람들. 가끔씩 찾는 사무실 옆 건물 1층에 있는 제과점의 맛있는 빵은 우울한 기분을 한번에 날려준다. 그런데 최근 이곳의 느낌이 달라졌다. 빵의 맛이 바뀌었다는 게 아니라, 같은 층에 들어선 KTB투자증권에 걸린 그림 때문이다. 유리문 너머 바라본 이 증권사 객장에 내가 좋아하는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원래 호기심은 못 참는 성미라 증권사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혹시 간판을 잘못 봤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증권사 사무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테리어 때문이었다. 하얀 벽면과 강렬한 조명 그리고 입구를 중심으로 곳곳에 걸려 있는 작품들, 마치 갤러리에 온 것 같았다. 다가가서 본 작품은 베르메르의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썼던 책받침처럼 이쪽과 저쪽에서 봤을 때 다르게 보이는 특수한 사진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이 적혀있는 안내판에는 요즘 많이 사용하는 QR코드가 함께 붙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니, 배준성이란 화가가 명화를 차용해서 랜티큘러(책받침 효과를 이렇게 말하나보다)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모두 로 시작하는 작품들 제목도 인상적이었다. 옷은 추위나 더위를 막아주는 기능 외에도, 사람의 지위나 개성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장치를 제거했을 때 원래 그림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베르메르의 작품(옷을 입고 있는)과 누드로 변하는 배준성 작가 작품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 내가 작품을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 간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조각은 여러 각도에서 관람하는게 회화랑 다르다고 예전 미술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배준성의 이 작품은 회화보다 조각에 가까운 걸까? 작품 앞에서 잠시 생각해 봤다.

KTB는 지점을 열 때마다 이렇게 갤러리 공간을 만들고 전시를 연다고 한다. 사무실만 소복하게 많은 강남에서 우연하게 만난 KTB투자증권 갤러리. 회색빛 강남 풍경에 활기를 주는 화사한 색점으로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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